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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경쟁체제 도입하고 새로운 철도물류 사업모델 만들자"
BY DriveJOB2023-12-12 09: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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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한영 국가철도공단 이사장

 

철도는 다른 운송수단보다 에너지 소비량과 탄소 배출량이 적고 다량의 화물을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예전부터 친환경 운송수단으로 활용된 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철도의 화물 수송분담률은 트럭에 밀려 3.9%(2020년, 운송거리 톤/km 기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철도물류는 국가기간망이라는 특수성과 방대한 인프라, 통일 이후 유럽대륙 연결 가능성 등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요한 운송수단으로 꼽힌다.

김한영 국가철도공단(KR) 이사장은 건설교통부 시절부터 공직에서 물류산업과 철도 발전에 힘써왔으며 지금은 철도 수송분담률 확대와 친환경 시설 구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한영 이사장을 만나 우리나라 철도물류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해 들었다.



△김한영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은 2030년까지 수송분담률을 15%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세부 과제를 설정했다고 말했다.
 

철도물류 전문가로 손꼽히는 김한영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은 건설교통부 사무관 시절 물류정책기본법의 모태가 되는 ‘화물유통촉진법’을 만들었다. 그는 물류와 연을 맺은 이후 철도정책과장, 물류정책관, 항공정책실장, 교통정책실장 등을 역임하며 철도, 항공, 정책까지 물류에 관련된 요직을 두루 거쳤고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다 공항철도 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풍부한 경험을 가진 김 이사장의 눈에 비친 철도물류의 현주소가 궁금했다.

“국내 물류산업은 발전을 거듭했지만 철도물류는 수송분담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공단에 들어와 보니 상황이 더 심각하더라. 서둘러 미래전략연구원(이사장 직속 조직)에 물류혁신부를 만들어 정책 개발과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나로서는 사실상 소멸 위기에 직면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철도물류에 심폐소생술을 한다는 마음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 화두가 되면서 물류업계에서도 탄소 저감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육상, 해상, 항공운송에서 화석연료의 사용 비중이 높고 대체 연료 적용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각국에서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유럽 등 해외에서는 철도물류에 주목하고 있다. 김한영 이사장은 주요 국가들이 철도물류 확대에 적극적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나 독일, 오스트리아에서는 야간열차를 통해 항공기 운항을 감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프랑스는 열차로 2시간 3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는 국내선 항공기를 운항하지 못하는 법안을 시행하기도 했다. 항공기보다 철도가 탄소중립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철도의 에너지 소비량은 도로의 1/15, 탄소 배출량은 1/6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도 탄소중립기본법에 철도의 수송분담률 목표를 설정, 관리하도록 명시한 바 있다.”


△김한영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은 탄소중립 실현에 있어 철도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철도물류 발전, 왜 어려울까?
2000년부터 20년 간 철도화물 물동량은 연평균 2.68%, 운송거리는 연평균 2.40%씩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철도의 수송분담률은 32.6%, 독일은 23%나 된다. 프랑스 16.1%, 이탈리아 14.8%, 영국은 11.2%으로 상당수 주요 국가들은 10%를 상회하고 있다. 아시아로 눈을 돌려봐도 중국은 19.2%, 일본도 9.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물류산업에서 철도의 비중이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한영 이사장은 가장 먼저 ‘독과점’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국내 철도산업은 2004년 구조개혁을 통해 인프라 소유는 국가가, 시설 관련 업무는 국가철도공단이 담당하도록 했다. 철도 운영은 민간이 영위하고 경쟁하도록 했지만 현실에선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독과점이 유지되고 있다. 때문에 생산성 향상이나 가격경쟁력 향상 등의 동기가 떨어지고 효율을 높이기 어려운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유럽을 예를 들었다. 독일은 242개사, 프랑스는 24개사, 영국은 8개사, 스페인은 12개사가 철도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들도 코레일처럼 주 운영사가 있지만, 시장점유율은 영국(60%)을 제외하면 대부분 20~30%대 수준이며 나머지는 철도물류 전문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철도물류 전문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은 소수에 그치고 있다. 시장 진입도 쉽지 않지만 진입을 노리는 기업도 찾기 어렵다. 물량이 적어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를 보완하고 기업의 성장을 지원할 정책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책 지원 이야기가 나오자 김 이사장은 철도물류가 다른 교통수단보다 불리한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화물자동차 유가보조금 지원은 영세한 차주들을 위해 2001년부터 한시적으로 시행한 제도였지만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2017년 지급된 유가보조금이 1조 7,000억 원이나 되는데 작년 철도 전환교통보조금은 42억 원 수준에 머물렀다. 게다가 유가보조금은 화물을 더 받으려고 운임을 깎는 편법으로 활용되지 않나. 이는 전체 화물운송시장에서 시장경제 원리를 저해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본다. 운송 효율이나 탄소중립을 생각한다면 철도에 더 많은 지원과 육성 방안이 필요한 것 아닌가.”

김 이사장은 당장 유가보조금을 폐지할 수 없지만 안전운임제를 확대하고 정상적인 운임 책정을 통한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해 이를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철도물류업계가 화물차운송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부 지원에 소외되고 있다는 인식과 일맥상통한다.

철도물류의 태생적 한계도 있다. 화물차와 달리 선로가 있는 곳에서만 화차를 운영할 수 있어 택배처럼 문전배송서비스(도어 투 도어)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하역 작업과 셔틀운송이 필요하며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택배 등 B2C 또는 B2B 물류서비스보다 운임 경쟁에서 열세인 이유다.


△김한영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은 철도물류의 경쟁력 향상 방안 중 하나로 고속철도 인프라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프라도 문제다. 경부선 등 수요가 많은 노선은 특정 시간대에는 선로용량이 부족하다. 이때 여객열차가 우선 배정되기 때문에 화물열차는 야간으로 밀려 인건비나 운영비가 늘어난다. 여기에 시설 투자가 되지 않아 노후됐거나 부족한 상황이며 기존 시설도 비용 감축을 이유로 폐쇄하고 있다. 결국 철도물류는 접근성과 편의성이 떨어지고 보완할 방책도 마땅하지 않다는 말이다.”

국가철도공단에 따르면 철도물류 인프라는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다. 2011년 134개소였던 화물취급역은 2020년 81개소로 40%나 줄었고 컨테이너 야드(CY)와 사일로 등의 시설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고속철도 활용하고 개방·경쟁 시대 열자”
국가철도공단은 철도물류 혁신을 통한 수송분담률 증대를 위해 기존 철도물류의 경쟁력 확보와 더불어 정책 발굴, 관련 연구용역 시행, 기술개발 등을 통해 이를 실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공단은 △철도물류 경쟁력 향상, △신규 철도물류서비스 창출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고속철도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인프라는 이미 갖춰져 있으므로 이를 활용한다면 타 운송수단과 속도에서 밀리지 않게 된다. 또한 장대화물열차(50량 내외의 열차를 연결해 대량 운송하는 열차) 운행이 활성화되면 운임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철도 중심 스마트물류센터’를 구축하면 철도를 통한 종합물류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어 고객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철도공단은 수송분담률 증대를 위한 철도물류 혁신방안 연구용역을 시행 중이다. 다양한 정책 수립을 모색하고 철도보조금 관련 개선안의 검토, 유휴부지 등을 활용한 철도 중심 스마트물류센터 조성 방안 도출 등이 핵심이며 철도물류 고속화 방안 연구와 관련 보조금 확대를 위한 철도물류 전담예산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철도물류 혁신의 가장 큰 과제는 새로운 철도물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창의적인 물류서비스를 개발하려면 결국 개방과 경쟁이 필요하다. 2007년부터 시장을 개방한 유럽철도화물시장은 그 효과가 선명하게 드러난 바 있다. 철도물류시장을 개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문턱도 낮춰서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독과점 형태가 오랫동안 유지됐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공단은 철도물류 전담조직을 통해 관련된 제도를 개선할 수 있도록 꿋꿋하게 업무를 추진할 것이다.”


△김한영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은 2030년까지 수송분담률을 15%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세부 과제를 설정했다고 말했다.

“2030년까지 수송분담률 15%로 끌어올려야”
국가철도공단은 철도를 통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지난해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KR 추진전략’을 수립했다. △수송분담률 증대, △저탄소 친환경 철도건설, △탄소감축 철도시설 구현, △공단의 탄소감축 실천 저변 확대를 기본 골격으로 삼았으며 15개 세부과제를 두었다. 이에 따라 공단은 철도 혹은 시설의 건설 단계부터 저탄소 자재를 사용하거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힘쓰는 등 저탄소 인프라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도로에서 철도로 전환을 유도하는 정책을 발굴하거나 전환교통보조금 지원을 강화했으며, 철도 중심 스마트물류센터 조성을 위한 마스터플랜도 수립 중이다. 

”우리 국가철도공단이 추진하고 있는 ‘전환기 철도 중심의 교통체계 정립방안 연구’에 따르면 수송에서의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철도물류의 수송분담률(톤기준)을 2030년 15%, 2050년에는 17%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고속화물 수송서비스 시행, 철도화차 위에 화물자동차를 싣고 운송하는 레일 차량 수송서비스(Rail-Vehicle, Piggy-Back) 등 새로운 서비스 도입, 철도 물류시설 현대화와 민간투자 활성화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김한영 이사장은 올해 정부가 발표한 제2차 철도물류산업 육성계획이 제대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1차 계획은 기관차의 유가보조금 정책 부족과 거점역이 운영비 감축을 위해 통폐합되면서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이와 더불어 김한영 이사장은 철도 물동량 5,000만 톤 달성 목표를 주목했다. 육성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철도물류의 시장 규모는 2020년 1조 690억 원에서 2026년 약 2조 원까지 성장하게 된다. 또한 도로에서 철도로 경로를 전환하면 탄소를 연간 120만 톤 감축할 것으로 예상되며, 수도권과 부산 간 컨테이너 수송부담률 20% 달성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노후화로 인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물류시설을 개량하고, 주요 화물의 거점역을 중심으로 화물철도망을 다시 확대해나가야 한다. 여기에 간선철도를 이용한 생활물류서비스와 콜드체인서비스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대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 철도물류도 선진국처럼 국가와 물류산업의 탄소중립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출처 : 물류신문(http://www.k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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