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물수송분담률 90%를 담당하는 육상운송시장은 ‘선장’, 즉 정부가 교체될 때마다 정책 표류를 거듭해 왔다. 그래서 관련시장을 ‘복마전’이란 이름으로 일컫는다. 복마전의 사전적 의미는 ‘나쁜 일이나 음모가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는 악의 근거지’다. 당장 육상운송시장에 종사하는 화물운전자만 60만 여명에 이르고, 화물주선과 택배를 비롯한 각종 수출입 화물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고객까지 망라하면 이 시장의 이해당사자는 5,000여만 명의 국민 전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물류시장이 ‘악의 근거지’로 불리는 것은 치욕이다. 국회와 정부가 우선해서 공정한 물류시장이 될 수 있도록 법과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류신문은 전 국민과 직간접으로 연계되어 있는 국내 육상운송시장이 정부가 바뀔 때마다 매번 정책이 표류하는 원인을 살펴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3회에 걸쳐 전문가 기고와 현장의 목소리를 소개한다. 이번 호에는 특별기고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한다.
[특별기고] 물류시장 오락가락한 정부 정책에 대하여
2003년은 국내 물류산업 역사에 획을 그은 시기다. 육상운송시장 내 화물차주들의 단체인 화물연대가 집단 운송거부에 나서면서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물류대란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배경은 화물자동차운수사업의 허가 남발로 인한 과다 경쟁이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2004년 1월 20일 신규 영업용 노란번호 허가(화물자동차 증차)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는 한편 위수탁 차주들의 이름으로 운수사업을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나선다. 이는 화물연대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조치였다. 이와 함께 정부는 법 개정 전까지 특수운수사업 분야인 7개 용도차량(냉동/냉장, 살수, 자동차운송, 청소, 소방, 탱크로리, 현금수송)으로 나눠 법 개정 후 이들 차량들만 신규 허가(증차)를 허용해, 결국 개정한 법의 효력을 잃게 된다.
한편 수많은 위수탁 화물차주들이 자신의 명의로 허가를 취득하고 직접 운수사업에 나설 수 있게 변경된 법의 혜택을 받았는데, 증차 제한으로 운수사업 허가와 영업용 번호의 재산상 가치가 만들어지자 화물차주들은 수천만 원에 사업 허가권과 영업용 번호를 곧바로 매각하고 또 다시 위수탁 차주로 회귀하게 된다. 따라서 당시 법 개정은 결과적으로 운수회사의 목을 조여 화물차주들에게 수천만 원의 불로소득을 만들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 화물차주들을 위해 지입제를 개선한다는 정부의 개정 취지도 무력화됐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야심찬 법 개정은 휴지 조각으로 전락했다.
2004년 1월 20일 개정된 법에 따라 위수탁을 해지하고 화물차주에게 신규 허가를 주면서 운수회사는 해지된 영업용 번호를 향후 국가의 물동량이 증가하면 다시 부여해주겠다는 조건으로 강제로 반납하게 했다. 이후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2004년 당시 법 개정으로 인해 반납한 번호(허가권)를 다시 운수회사에 부여하기 시작함으로 화물차주들에게 배려했던 정책이 화물차주들의 불로소득만을 안겨주게 된다. 이는 결국 운수사업 허가 및 증차가 금지됐던 영업용 화물자동차 허가 및 번호판의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켰다(이는 2004년 화물차주에게 허가를 주는 법 개정 당시 정부의 약속을 이행한 것이다).
2013년 박근혜 정부는 물류선진화를 표방했다. 직접운송 비율을 정해 운수사업허가를 가진 자는 운송물량을 확보해야 하고, 운송물량을 확보한 사업자의 경우 그만큼 운수사업허가를 보유해야 한다는 ‘물류선진화법’을 신설해 법 일부를 개정한 것이다. 당시 정부는 법이 개정되면 지입제 전문회사는 물량이 없는 만큼의 번호를 매각할 것이며, 물량을 보유한 운수회사는 매각되는 허가권(영업용 번호)을 매입해 선순환되는 육상운송시장을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한 예상에 따라 개정된 탁상행정식 법 개정은 시장의 불균형을 초래했다. 즉, 위수탁 회사들이 번호 매각에 나서지 않았고, 대기업 물량을 담당하는 운수회사는 허가권(영업용 번호)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어 운수사업 허가권인 노란 번호판 가격에 프리미엄이 붙는 등 번호가격의 폭등으로 시장 불균형은 물론 불법이 판을 치게 되는 국면을 맞았다. 이 법은 현장을 파악하지 않은 정책적 판단으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8년 문재인 정부는 2004년 개정된 법에 의해 “운송사업 허가의 조건이 차량 보유 대수 1대로 완화되어 허가의 난립으로 혼탁해진 물류시장을 개선하겠다”라며 운수사업자 허가기준 조건을 1대에서 20대로 상향하는 법 개정에 나섰다. 하지만 개정의 결과는 물류시장 기능 회복이나 어떠한 개선 효과도 없었다. 이 같은 법 개정 요구는 운수사업자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었다.
문재인 정부 말기 국회를 통해 개정된 청소용도형의 증차 허용(화운법 제3조) 과정과 2022년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윤석열 정부의 물류정책을 살펴보면 대폐차 처리규정의 개정 과정, 그리고 최근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폐기된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 발의 법안에 대해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을 하겠다고 고시한 내용 등, 이 같은 법 개정 움직임의 반복에 육상운송시장은 또 다시 정책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운석열 정부의 육상운송시장 관련 정책을 살펴본다.
규제 완화를 위해 개정한 정책에 대해
1. 청소용도형 화물차량, 즉 폐기물 운송차량을 먼저 짚어보자. 정부는 청소용도형 화물차량의 영업용 번호 전환을 위해 법을 개정, 증차를 허용했다. 이후 정부는 전국적으로 5만 여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청소용도형 화물차량이 자가용 번호로 유상운송사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가용 운송차량을 영업용 번호로 전환하도록 법 개정을 했다.
하지만 관련업종 화물차량들의 문제점은 개선되지 못했다. 법은 개정했지만 정작 화운법 허가행정 절차상 시행규칙 내 조건을 수정하지 않아 영업용으로 진입할 수 없어서다. 청소용도형 화물차량을 증차하려면 출고 3년 이내 차량, 수량 20대라는 기준을 맞춰야 한다. 그러나 현장 작업 차량들은 출고 3년 이내는 찾아보기 어렵고, 20대를 모으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정부는 사실상 규제 완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2. 현 정부 대폐차 처리규정 개정을 살펴보자.
가. 현재 규정은 대폐차 시 톤수 상향에 대해 기존 1톤에서 5톤 이하 차량들은 자유롭게 톤 수를 올려 대폐차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물동량의 수급조절을 위해 운수사업자들의 규제를 완화해 주겠다며 차량 톤수 상향 기준을 1톤에서 10톤으로, 그리고 10톤 이상은 1.5배의 톤수로 상향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 규제 완화를 시행했다.
문제는 이 업무를 관장하는 화물연합회에서 1톤 이상의 차량이 한번에 10톤 이내(예를 들어 1톤에서 5톤으로 상향)로 한번 상향되면, 다시 10톤 이내에 해당되더라도 16개월이 지나야 다시 톤수를 상향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10톤 이내의 자유로운 상향이 아니면 바뀐 것이 없는데 어떤 부분을 규제를 완화했다는 것일까?
나. 2004년 1월 20일 이후 증차된 특수용도형 화물차량의 허가 사업권(영업용 번호)을 일반화물과 혼용해 운영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행정예고 한 후 특수용도형 화물차량 중 냉동냉장과 자동차수송용만 증차만를 허용해 특혜를 주고, 삭제된 특수용도형 사업권(살수, 탱크로리, 현금수송, 소방용)에는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준 배경은 무엇 때문일까? 이 모든 것이 원칙없는 정책인 셈이다.
현 정부의 신규 규제에 대하여
1. 뜬금없는 ‘점차’에 대한 대폐차 규제
2023년 11월 국토교통부는 법에도 존재하지 않는 ‘점차’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대폐차 허용을 하지 말라는 지침을 밝혔다. 점차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무엇인가?
불법 증차에 이용된 점차의 의미는 ‘차량은 존재하지 않고 서류(차량 등록증)만 존재하는 문서를 이용, 증차 및 대폐차 하는 것에 대한 행정 지침’으로 보인다. 이 행정 지침은 현장에서 확대 해석, 대폐차 대상의 모든 차량들에게 적용되면서 사실상 합법적 대폐차 기간을 연장하는 걸 막고 있다.
정부는 대폐차 기간은 6개월로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물량 감소 또는 위수탁 차주의 계약해지로 인한 공백 기간 동안 물량 확보나 위수탁 차주가 모집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대폐차 기간의 연장이 필요한데, 점차라는 황당한 정책에 의해 사업 허가권인 영업용 번호가 감차되면 이후 물량을 확보했거나 위수탁 차주가 모집될 경우 신규 허가를 해주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운수회사들을 황당한 규제로 폐업을 시키는 게 목적인지가 궁금한 대목이다.
2 파기된 김정재 법안과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 예고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폐기되자 정부는 시행령과 시행규칙 신설 또는 개정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관련 법안을 또 다시 행정예고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 위수탁 운수회사(번호판 운영 지입전문회사)들이 위수탁 차주들로부터 번호판 사용료를 받는 것을 행정적으로 규제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물류현장에서 위수탁 차주들이 어떤 경로로 위수탁 계약을 맺고 있는지에 검토했는지 궁금하다.
현재 위수탁 화물운전자들은 운수회사에 직접 사용료 명목으로 금전을 입금하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다. 구직을 원하는 운전자들에게 차량과 물량을 제공하겠다는 브로커들이 금전적 대가를 받고 지입차주를 구하는 운수회사를 물색해 그중 일부를 위수탁 운수회사에게 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현실에서 존재하지도 않는 내용을 법 개정까지 하면서 마치 운수회사들이 브로커들의 사기행위까지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 올바른 법의 취지인지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나. ‘직접운송의무제’를 근거로 위수탁 운수회사(지입전문 운수사)들에게 운송물량을 확보해 위수탁 차주들에게 제공하지 않으면 영업용 번호를 회수(감차)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이는 만약 위수탁 운수회사가 물량을 확보해 위수탁된 차주에게 운송의뢰를 할 경우 지입차주들이 거부하면 위수탁 계약을 강제로 해지해도 법의 규제를 받지 않도록 해주겠다는 것인가?
다. 위수탁 운수회사가 대기업 운송사들과 계약을 맺고 실적신고를 할 경우 현행법상 다단계 처벌을 받는다. 그러면 또 다시 다단계 운송을 법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것인가? 또한 정부가 법 개정을 통해 개선하겠다는 것은 무엇인지 의문이 남는다.
기고 : 대한물류연구원 김현수 본부장
시장 문제점 면밀히 파악하고 균형 이루는 제도 고민해야
위 내용은 대한물류연구원 김현수 본부장의 기고다.
이를 살펴보면 정부의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 필요를 고민하는 배경은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위수탁 차주(일명 지입차주)들의 권익보호로 보인다. 2003년 화물연대의 집단 파업으로 당시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차주들에게 운송사와의 위수탁 계약을 해지하고 1대 일반운송 사업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당시 법 개정으로 화물차주 수천 명이 신규 허가(영업용 번호)를 받았다. 그리고 그만큼 운수회사들은 번호를 잃게 되어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
문제는 이렇게 1대 사업자로 개별 허가를 받은 차주들이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정부의 법 개정으로 얻은 허가 및 수천만 원에 이르는 영업용 번호를 운수회사들에게 재매각, 또 다시 지입제를 선택한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법 개정은 화물차주의 불로소득만 주고 신규허가 및 증차의 제한은 무력하게 해 영업용 번호의 프리미엄만 수십조 원에 이르게 했다.
현 정부의 육상운송시장 정책 역시 역대 오락가락 정책 남발 정부때와 유사하다. ‘화물차 운전자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현장과 동떨어진 내용의 화운법 일부를 개정, 또다시 수천만 원에 이르는 운수회사의 재산권인 영업용 화물번호를 통해 화물노동자들에게 당근책을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장의 대다수 화물차주들은 직접 운송사업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만약 법 개정이 되면 부여받는 허가권과 수천만 원의 재산상 가치를 가진 영업용 번호를 또 매각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2004년처럼 개정된 법은 휴지조각으로 전락, 운수회사들은 허가권을 잃고 거액의 재산상 불이익을 받는 일이 재현될 것이다.
화물차주들이 지입제 폐지를 위해 개정된 법으로 새롭게 부여받은 허가권과 번호를 매각한 후 운수회사 지입을 선택한다면 지금 정부가 꾀하는 법 개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따라서 법 개정에 그 어느때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선장이 바뀌면 정책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수십 년간 반복되어 온 현실적인 문제를 충분한 검토 없이 지입 전문 운수회사(화물연합회)들의 의견만을 반영함으로써 화운법 일부를 개정, 물류시장의 불법을 고착화시켜왔다.
이렇게 기득권 이해관계자들의 의견만 반영해 정책을 펼 경우 우리 물류시장은 복마전이란 오명을 벗지 못한다. 즉, 물류시장의 문제를 면밀히 파악하고 공정하고, 균형을 이루는 제도 시행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시장의 혼란은 물론 특정 단체 혹은 집단의 이익만 늘리는데 그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