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팬데믹은 인력난을 겪는 물류 업계에 자동화의 중요성과 동일 공간에서 인간과 협업하는 코봇(Cobot)의 필요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지금까진 모바일 로봇같이 자동화를 지원하는 설비는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것이 보편적인 시각이었다.
하지만 로봇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부족해진 노동력을 메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 물류센터 영역에서 이런 현상은 점점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소 인원과 운영비용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코봇은 분명 매력 있는 선택지이다.
시장조사 독일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글로벌 코봇 시장 규모는 2020년 4.75억 달러에서 2021년 6.3억 달러로 확대된 가운데 2030년까지 연평균 33%의 급성장세가 예상된다. 코봇은 산업용 로봇과 뚜렷이 구분되는 특징이 있다. 산업용 로봇은 인간의 접근 자체가 금지된 공간에서 수백~수천 ㎏의 고중량 물품을 들어 옮기거나, 초고온 또는 초저온 상태에서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한다. 반면, 코봇은 인간이 하는 단순 반복 혹은 신체에 무리가 갈 수 있는 업무를 주로 수행한다. 크기도 산업용 로봇보다 상대적으로 작다. 길이는 평균 1~2m, 움직임과 형태는 인간 팔과 유사하며, 들 수 있는 무게도 보통 20㎏ 미만이다. 코봇만의 강점도 있다. 화상 초음파 등 센서로 주변 상황을 인식하며 저속 이동하고, 위험 상황에서는 이동을 즉각 중단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설치와 프로그램 설정에 2~3시간 정도면 충분해 활용이 간편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까다로운 소비자 요구 충족할 높은 유연성이 장점
코봇은 물류 기업에는 까다로운 소비자 요구(비대면 주문으로 늘어난 다품종 소량 물품의 신속 정확한 배송 등)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단임과 동시에 물류센터 등 현장 근무 직원들에게는 안전한 근로 환경을 제공하는 새로운 파트너다. 특히, 물류센터 직원은 자재 취급, 조립, 픽 앤 플레이스(Pick & Place) 등 반복적이고 힘든 작업을 코봇에게 맡기고 고부가가치 작업에 전념한다면 물류 생산성을 제고시킬수 있다.
코봇 팔은 플러그 앤드 플레이(plug-and-play) 방식의엔드 이펙터(end-effector, 팔 끝에 달린 손)를 바꾸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며, 손가락 모양의 집게로 부품이나 물건을 옮기다가 진공 흡입판으로 교체하면 유리판을 들어 올릴 수 있다.
코봇 팔을 원하는 대로 움직인 뒤 정보 입력 버튼을 누르면 그 동작을 그대로 재현하는 제품도 출시돼 있고, 태블릿 PC나 스마트폰 앱으로 손쉽게 제어할 수 있는 제품도 등장했다. 코봇 역시 다른 로봇처럼 첨단기술, 특히 AI 기술을 이식받으며 진화하고 있다. 기존 프로그래밍 방식으로는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느낀 로봇 기술업체들이 프로그래밍 방식에서 탈피한 AI 기반 코봇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류 현장은 시시각각 급변하는 소비자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보다 높은 유연성을 가진 솔루션이 점점 더 필요해지고 있어 AI 기반 코봇은 가장 적합한 ‘파트너’가 될 전망이다.
GTP 등 다양한 형태의 협업 로봇 등장
인간과 협업을 가능하게 하는 물류센터용 로봇으로 GTP(Goods To Person) 형태의 로봇이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물류센터에서는 작업자가 물품을 이동할 때 지게차를 주로 활용한다. 하지만 지게차라는 수단을 이용할 뿐 작업자가 물품을 ‘직접 이동’시켜야 하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GTP 로봇은 물품을 작업자가 위치한 장소까지 직접 운반하는 기기로, 워크스테이션과 물품 사이를 이동하면서 물품 상자를 이동시키기 때문에 재고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GTP 로봇을 이용하면 작업자는 물품 확인, 수량 파악, 정보 입력만 하면 되기 때문에 업무 부담이 줄어든다. 최근 개발되는 GTP 로봇은 AMR(자율이동로봇)을 기반으로 해 일반 코봇보다 빠르고 효율적이어서 처리량이 많은 물류센터에서 특히 유용하다.
인간과 협업하는 지능형 물류센터 로봇 ‘아마존 프로테우스’
아마존이 AI에 기반해 개발한 지능형 물류센터 로봇 프로테우스(Proteus)는 인간 작업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협업을 증진해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일반적으로 물류센터에서 사용되는 로봇은 고중량 화물을 인간 작업자 대신 운반하지만, 설정된 경로로만 이동하는 한계가 있다. 프로테우스는 프로그래밍한 작업 명령에 따라 화물을 분류하고 팔레트를 운송하는 기존 로봇과 달리 상황 변화에 따라 스스로 판단해 화물을 분류·운송하는 자율이동로봇이다. 주변 상황에 따라 경로를 유연하게 전환할 수 있으며, 장애물을 감지하고 해결될 때까지 일시 멈추는 것도 가능하다. 인간 작업자가 빠르게 걷는 초속인 1.5m로 물류센터 바닥에 녹색 빛을 투사하면서 이동한다. 특정 공간이 아닌 물류센터 전체에서 활동하도록 사물 인식·우선순위 설정·안전관리 등의 기능이 구현돼 있다.
프로테우스는 특정 공간에서 활동하는 기존 무인 운반 로봇(AGV) 키바와 달리 작업자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하며 다른 로봇 셀(cell)로도 이동할 수 있다. 아마존은 프로테우스가 인간 작업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닌 협업을 증진해 업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강조한다. 로봇 도입으로 근로자가 대량 해고될 수 있다는 우려를 염두에 둔 발언이겠지만, 프로테우스가 인간 작업자와 함께 일하는 자동화 로봇이라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
아마존은 화물을 인식해 카트에 분류하는 로봇 카디날(Cardinal)과 컨테이너화 저장 시스템(Containerized Storage System, CSS)도 개발 중이다. 카디날은 고정밀 화상 인식 시스템과 AI를 이용, 화물 더미에서 특정 화물을 선택해 레이블을 읽어 고카트에 옮기는 로봇으로 최대 50파운드(약 23㎏)의 화물을 운반할 수 있다. 현재는 시제품 단계지만, 2023년부터 물류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CSS는 인간 작업자가 높은 사다리를 오르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컨테이너를 자동 운반하는 기기다.
스마트 로봇 결합하면 노동 가용성 향상
풀필먼트 센터에 스마트 로봇 시스템을 결합하면 노동 문제에도 강력하고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풀필먼트 센터에선 매일 수천 개의 팔레트에서 물품 꾸러미를 풀고 옮기는 작업을 한다. 그 과정에서 기기·시스템의 오작동뿐 아니라 작업자의 부상·피로가 어쩔 수 없이 뒤 따라온다. 이는 스마트 로봇의 결합으로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특히, 각각의 로봇 강점들이 워크플로에서 결합하면 단순 총합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게 미국 하니웰(Honeywell)사가 스마트 플렉시블 디팔레타이저(Smart Flexible Depalletizer, SFD)와 기존 자율주행로봇(AMR)을 결합한 경우다. AMR이 전체 팔레트를 디팔레타이저 셀에 전달하고, 팔레트가 해체되면 SFD가 빈 팔레트를 자동으로 파악해 교체한 뒤 빈 팔레트를 다시 AMR을 통해 실어 내는 방식이다.
SFD는 근로자 대신 물품을 직접 들어 올리는 처리 작업을 수행하며, AMR은 팔레트나 카트를 옮기는 반복적 운반 작업을 대체하는 것이다.
SFD는 컴퓨터 비전, 기계학습, AI, 그리핑(gripping) 기술을 통해 사전 프로그래밍 없이 단일 또는 혼합재고관리단위(SKU) 팔레트를 임의의 순서나 패턴으로 자동 처리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팔레트에서 화물을 꺼내 컨베이어에 옮기는 작업을 자동화하기 위해서는 전문 지식이 필요하고, 고가의 솔루션, 확장형 사전 프로그래밍, 지속적 감독 등이 필요한데 SFD는 이걸 최소화한다. SFD는 이런 기술을 이용해 부상 위험이 크고 힘든 작업임에도 자동화가 어려웠던 영역에서 근로자를 해방해 준다.
AMR은 카메라·라이다·적외선 센서 같은 IT 기기로 수집한 각종 정보를 이용해 주변 환경을 탐지하고 장애물을 피하면서 목적지에 도달한다. AMR은 팔레트나 카트를 옮기는 반복적 운반 작업을 대신 수행하는데, 워크플로 운반 부분에 AMR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피킹 시간을 50% 정도 절감할 수 있다. 이렇게 번 시간을 근로자는 인지 기술(cognitive skill)이 중요한 작업, 즉 가장 잘하는 작업에 활용할 수 있다.
외골격 로봇, 작업 안전성과 생산성까지 담보
물류 작업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여주는 대표적 첨단 보조기구로 외골격 로봇(Exoskeleton)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전자상거래 시장이 확대되면서 물류센터에서 처리해야 하는 물량이 급증하고 소비자 만족을 위한 배송 속도도 빨라지면서 안전사고 역시 비례해 증가하고 있다.
외골격 로봇은 자동화나 코봇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물류 작업의 효율성을 담보하고 작업자의 안전성까지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외골격 로봇은 고중량 물품을 들어 올리거나 운반할 때 허리와 척추를 보호하는 슈트(suit) 형태가 대표적이다. 작업자가 고중량 업무를 반복 수행하는 과정에서 전기·배터리·스프링·압축공기 등을 이용해 신체적 부담을 줄여줌으로써 작업 효율성과 안전성을 올리는 것이다. 물류에서 외골격 로봇은 주로 물품을 들어 올리는 용도로 사용되나 최근에는 업무 생산성을 더 높이기 위해 웨어러블 기술이 접목된 IT 기기를 손목·팔·머리 등 신체에 장착하는 추세로 발전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BIS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외골격 로봇 시장은 지난 2020년 4.9억 달러 규모에서 오는 2031년 연평균 32.7%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첨단기술 도입, 물류 자동화 연동 등 진화 중
외골격 로봇에도 코봇 못지않게 4차산업 첨단기술이 적용된다. 이 점 때문에 물류 현장에서 작업 능률 향상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최근 적용된 기술로는 생체신호를 측정·전달하는 인간-로봇 인터페이스, 사용자 의도를 파악·제어하는 인간-로봇 협업 제어 기술이 있다. 여기에 빅데이터와 AI 등의 발달로 외골격 로봇 편의성과 정확도가 대폭 개선되고 있다.
아마존은 작업 생산성을 높여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작업자가 과중한 업무나 높은 위험 부담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일반 조끼 모양의 로보틱 테크 베스트(Robotic Tech Vest)라는 외골격 로봇을 제작했다. 독일 페스토 사는 물체를 부드럽게 다루는 바이오닉 소프트핸드와 이 기기를 사용하는 바이오닉 워크플레이스를 통해 물류센터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급증하는 온라인 주문에 대처하고 있다.
최근에는 외골격 로봇을 물류 자동화와 연동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물류 자동화는 인간 개입이 최소화되면서 의도한 작업이 이루어지는 환경 구축이 관건이다. 하지만 물류센터 내 물품관리는 단순 이송 작업의 경우 AGV와 AMR을 통한 자동화가 가능하나, 피킹·품질관리·적재 등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복합적인 작업은 자동화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물류 작업은 특성상 인간의 지능과 인지 역량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 아무리 자동화 수준이 높아도 인간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한데 바로 이 지점에서 외골격 로봇의 활용이 필요해진다. 물류 기업도 외골격 로봇을 단순히 특정 작업을 위해서 도입하는 것보단, 다른 자동화 기기·운영체계 등과 시스템적으로 융합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래야만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창고관리시스템(WMS)과 창고제어시스템(WCS)에 연계돼 작업 운영 상황을 모니터링·지시하는 로봇관제시스템(RMS) 구축이 좋은 예시가 될 것이다.
생산성만 강조한다면 코봇도 의미 없어
코봇은 인간 노동자를 대체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코봇의 팔은 작업자의 능력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작업할 힘을 준다. 수행 중인 작업의 속도를 두 배로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의 실수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아무리 이런 코봇이라도 생산성만을 강조하면 의미가 없다. 인간이 로봇의 작업 속도에 맞추다 보면 노동 강도가 강화돼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탈진하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코봇 도입에 앞서 경영진의 의식 개선과 인체공학적 동작 분석에 의한 작업 내용 설정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출처 : 물류신문(http://www.kl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