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라는 대형 변수를 기점으로 물류는 큰 변화를 맞이했다. 특히 물류의 최종단계에서 소비자들이 설정한 곳까지 배송을 담당하는 라스트마일은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한 곳으로 떠올랐다. 관심이 커진 만큼 투자도 이어졌고 라스트마일 역량을 강화하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계속됐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 어느새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다가왔다. 비정상적으로 팽창됐던 라스트마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코로나 한창이던 때와 비교해 급감함에 따라 이제 기업들은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데 있어 투입되는 비용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방안 중 하나로 배송로봇이 주목받고 있다.
배송로봇, 큰 틀에서 실내와 실외로 구분
배송로봇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기 전에 먼저 배송로봇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정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사전적 의미가 뚜렷하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배송로봇은 택배나 식품, 의료품 등 모든 소포를 사람 대신 배송하는 차세대 로봇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배송로봇업계에서는 배송로봇을 큰 틀에서 실내용과 실외용으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한다. 먼저 실내배송로봇은 말 그대로 한 건물내에서 배송을 담당하는 로봇을 의미한다. 같은 의미로 층간이송로봇이라고도 불리는 실내배송로봇은 건물 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층간을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실외배송로봇은 현재 국내 몇몇 규제특구 지역이나 미국이나 중국 등 주요 글로벌 국가에서도 운영 중인 로봇 모델로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나 택배를 사람 대신 라스트마일 구간을 담당해 배송하는 역할을 하는 로봇이다.
배송로봇, 주목해야 하는 이유 4가지
우리가 배송로봇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4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글로벌 시장의 동향이다. 배송로봇 시장과 관련한 전 세계 기관의 리서치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장기적 시각에서의 방향은 일치한다. 결국 최종 배송구간에서 로봇이 하는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핵심이다. 리서치업체 The Manomet Current의 조사에 따르면 배송로봇의 시장 규모는 지난 2021년 2,430만 달러에서 오는 2027년에는 2억 3,659만 달러로 연평균 34%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럭스리서치는 오는 2030년에 이르면 전체 배송물량 가운데 20%는 배송로봇에 의해 배송되며 전체 배송로봇 시장의 규모 역시 5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배송로봇 시장의 규모가 길게 보더라도 향후 5년에서 10년 안에는 대폭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제 법적 허들이 사라진 국내 배송로봇 시장 역시 주목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이다. 이미 배송로봇 시장을 이끌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자체 솔루션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며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형국이다. 미국의 자율주행 기반 스타트업 스타십 테크놀로지스(Starship Technologies)는 2021년부터 미국 전역 200여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세이브마트(SaveMart)와 제휴를 맺고 온라인 식료품 배송 건에 대해 자율주행 로봇을 투입했다. 또 다른 자율주행 기술업체인 토르토이스(Tortoise)의 경우 온라인 식료품 유통기업 셀프포인트(Self Point)와 손잡고 로봇배송 서비스를 본격 시작했다. 스타십과 다른 점은 원격조종을 통해 로봇의 이동을 제어한다는 점이다.
중국과 일본을 필두로 아시아 시장도 움직이고 있다. 중국의 알리바바는 이미 2021년을 기준으로 로봇 배송을 통해 약 100만 건의 배송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수행한 로봇의 이름은 ‘샤오만뤼’로 출시 1년 만에 중국 내 52개 지역, 약 20만 명 이상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배송서비스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 알리바바보다 먼저 로봇배송을 시작한 징둥 역시 성공적으로 로봇배송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징둥은 최근 기존 배송로봇보다 배송 효율을 약 2배 가량 높인 5세대 배송로봇을 발표하는 등 배송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라쿠텐과 파나소닉이 대표적이다. 라쿠텐은 일본 대형마트브랜드인 세이유와의 협력을 통해 로봇배송 서비스 실험을 진행한 바 있으며 파나소닉 역시 자체 개발 배송로봇을 활용해 제한 지역 내에서의 로봇배송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 배송로봇 업체인 스타쉽의 모델
세 번째는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시장 진출 가능성이다. 국내에 비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이제 해외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무대로 국내 시장 역시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의 분석이다. 한 물류업계 전문가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전 세계에서도 손꼽힐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다”라며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은 곧 라스트마일 물동량이 증가를 의미하는 만큼 배송로봇시장이 열리게 되면 해외 배송로봇의 국내 러쉬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국내 배송로봇업계 관계자들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히려 미국의 스타쉽 같은 기업은 라스트마일 환경의 차이도 있고 미국 자체에서 발생하는 물량도 충분하기 때문에 굳이 한국에 진출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걱정되는 대상은 중국”이라고 말했다. 이미 식당에서 활용되는 서빙로봇은 국내시장의 절반 이상이 중국 모델을 활용할 만큼 중국발 로봇러쉬가 강력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관계자 역시 “중국은 국가주도적으로 산업을 발전시키기 때문에 배송로봇도 맘만 먹으면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다고 본다”며 “그 전에 국내 배송로봇의 기술력을 빠르게 확충하고 그들과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을 마련하는 것이 큰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네 번째는 배송로봇의 무한한 잠재력이다. 배송로봇이 향후 물류업계에 정착될 경우 어떤 경제적 효과가 창출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단순히 물류산업 내에서 뿐만이 아니라 다방면으로 상당한 경제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한다. 가장 먼저 단편적으로는 라스트마일 단계에서 배송로봇만의 역할이 생겨날 수 있다. 한 국내 로봇업계 관계자는 “현재 일부에서는 배송로봇이 도입될 경우 지금의 택배기사나 라이더의 일자리를 뺏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배송로봇은 향후 사람과 경쟁관계가 아닌 보완관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사람이 꺼리는 배송업무인 중장거리 단건배송이나 무거운 상품을 대신 옮기는 등의 역할을 로봇이 함으로써 사람을 돕는 역할을 하게 되는 형태가 된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된다면 라스트마일 단계에서 창출되는 경제효과가 기존 사람만이 하던 것과 비교해 훨씬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배송로봇이 비단 물류업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 예를 들어 배송로봇의 외관을 활용한 홍보산업이 대표적이다. 실제 한 배송로봇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옥외 광고물법이 개정되면서 항공기 등 일부 교통수단을 대상으로 상업광고가 가능해졌다”며 “이런 아이디어를 향후 배송로봇에도 적용해 랩핑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한 홍보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새로운 산업이 창출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배송로봇의 재활용도 신산업이 될 수 있다. 상용화 단계를 거쳐 다양한 형태의 배송로봇이 산업에 적용되면, 결국 시간이 흐른 후 수명을 다한 배송로봇의 숫자도 상당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재활용하거나 폐기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아직 전문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만큼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등장해 이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한 관계자는 “배송로봇 안에는 배터리나 높은 가격의 하드웨어가 포함되기 때문에 폐기나 재활용에 있어서 일반 전자기기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며 “전문성이 반드시 필요한만큼 충분한 기술력을 갖춘 플레이어들이 등장하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정부 주도하에 이 산업이 생겨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출처 : 물류신문(http://www.kl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