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운전자 고령화와 사고율 ‘경고등’
10년간 고령운전자, 사고 건수 증가세
“운송업계의 인력난으로 연결되는 만큼
젊은 운전자 인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25년 20.3%에서, 40년 후인 2067년에는 46.5%로,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고령운전자도 갈수록 늘고 있다.
대한교통학회지 ‘고령운전자의 속도로 주행 행태 및 작업부하 특성 분석’(2020년)에 따르면, 고령자 운전면허 보유 비율은 2014년 7.0%에서 2018년 9.5%로 늘어, 고령운전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더라도, 고령자 운전면허 수는 지난 6년간 50% 넘게 증가했다. 고령 인구 증가세를 뛰어넘는 수치다. 노년에 마땅한 벌이가 없는 고령자들이 젊은 층에 비해 크게 뒤처지지 않는 운송업 등에 몰리면서 운전면허 수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른 고령운전자 사고 건수도 덩달아 증가,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고령 운전자 사고 중, 고령 화물차 운전자 사고 더 심해
실제로 최근 10년간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고 건수와 부상자 수는 연평균 4.5%, 4.8% 각각 증가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9월까지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 건수는 2만 4,538건이다. 2017년 같은 기간 1만 9,536건 보다 25.6% 늘어난 수치다. 차량기술 개발, 교통 체계 발달 등 주변 환경은 개선되고 있는데 반해, 고령 운전자 사고는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전체 사고 건수는 2017년 같은 기간 15만 9,846건에서 지난해 14만 3,474건으로 10.2% 줄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고령 운전자들은 순발력이 떨어져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하기 힘들어 갈수록 사고가 늘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화될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눈에 띄는 점은 화물차 운전자 연령이 다른 차량 운전자보다 더 고령화 된 점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이 공개한 ‘2021년 화물운송시장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국내 화물차 운전자 평균 연령은 53.7세로 나타났다. 50~59세가 43.3%로 가장 많았으며, 60~69세(25.9%), 40세~49세(23.8%)가 뒤를 이었다.
특히 50대 이상 연령이 전체의 70.8%를 차지하며 고령화 현상이 뚜렷했다. 70세 이상 연령도 1.6%를 차지했다. 이들 화물차 운전자들의 평균 운행거리는 390. 9km, 하루 평균 운전시간은 12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연구원은 “이미 화물차 운전자가 고령화 된 데다 장거리 운행 등 일하는 만큼 휴식, 임금 등의 보상이 주어지지 않아 기피업종으로 분류되면서 젊은 층이 갈수록 화물차 운전을 기피하고 있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화물차 운전자 연령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개별화물차주(91.2%가 지입차주가 아닌 1톤 초과~5톤 미만의 개별운송사업자)들의 운전자 평균 연령은 58.7세로 일반화물차주(지입차주 비율 92.5% 정도인 일반화물운송사업자)에 비해 높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40세 이상 연령이 전체의 97.2%를 차지했고, 50~59세 연령이 전체의 31.5%, 60~69세 연령이 전체의 42.7%를 차지했다. 70세 이상 연령은 9.9%를 차지했다.
용달화물차주(99.4%가 지입차주가 아닌 형태의 운송사업자)들의 운전자 평균 연령 또한 63.3세로 상당히 높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50세 이상 연령이 전체의 93.5%를 차지했고, 60~69세 연령이 절반 이상인 54.8%를 차지했다. 70세 이상 연령은 전체의 21.8%를 차지해 개별화물차주 비중 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선진 화물차 시장서도 ‘고령화’와 ‘사고율‘ 심각
화물차 고령 운전자 및 사고 건수 증가세는 선진국 시장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2020 도로안전 연간보고서(Road Safety Annual Report 2020)에 따르면, OECD 지역에서 50세 이상 화물차 운전자의 비율은 2020년 기준 평균 28%다. 특히, 스위스, 이탈리아, 독일 등의 국가에서는 50세 이상 운전자 비율이 4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65세 이상 화물차 운전자의 비율은 OECD 평균 10%였으며, 이탈리아와 스웨덴에서는 15%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미국도 65세 이상 화물차 운전자의 비율이 2018년 기준 약 10%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미국 연방자동차운송업체안전청에 따르면, 2019년 미국에서 발생한 대형 화물차 사고 중 65세 이상 운전자 사고는 8.3%로 나타났다.
OECD는 “화물차 운전자의 고령화가 국가별로 다르게 나타났지만, 공통적으로 산업 전반에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고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도 화물차 운전자의 고령화는 지속적으로 증가세다. 일본타임즈에 따르면, 2020년 9월 기준, 화물차 운전자의 40%가 65세 이상인 고령 운전자다. 또한 20 19년 대형 화물차 운전자 중 65세 이상의 사고 발생 비율은 9.9%로 나타났다. 이는 대형 화물차 운전자 전체 사고 발생 비율 6.5%보다 높은 수치다.
2021일본통계 연감은 “일본에서도 화물차 운전자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고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화물차 시장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청년층 유입시켜야
이 같은 화물차 운전자 고령화에 따른 사고 위험성 증가에 대해 전문가들은 화물차 시장의 안전성은 운전자뿐만 아니라 국민의 안전에 직결되는 문제로 바라보고 단기, 중장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우선 단기적인 측면에서는 급증하는 고령 운전자 사고 건수 및 사망자 수 증가 추세 완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화물차 운전자 고령화 문제는 운송업계의 인력 문제로 연결되는 만큼 젊은 운전자 인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한 화물차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화물차 시장의 처우를 개선해 청년층이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새로운 기술과 차종을 통해 안전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운전자 인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중·장기적인 측면에서는 고령 운전자를 위한 지속가능한 교통안전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한교통학회지 ‘고령 운전자의 속도로 주행 행태 및 작업부하 특성 분석’(2020년)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의 주행속도가 비고령 운전자의 주행속도보다 낮음에도 불구하고 차로 유지 능력을 나타내는 차로편측위치 표준편차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고령 운전자가 비고령 운전자보다 불안정한 주행 행태를 보이며 불안 심리를 강하게 느끼고 작업부하를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고속도로 모든 구간에서 고령 운전자의 횡방향 주행 안정성이 비고령 운전자 집단과 비교해 낮으며, 외부 도로 환경에 대한 작업부하가 높고, 불안감 혹은 긴장감을 많이 느낀다”며, “향후 고령화 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고속도로 주행 시 긴장감이 높고 불안정적인 주행 행태를 보이는 고령 운전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보고서는 고령 운전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로 기하구조 측면, 정책적인 측면에서 대처 방안 마련의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나아가 도로 기하구조 측면에서는 차로 폭 개선 및 차로 중앙 표시 등 고령 운전자가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도록 개선 대책이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책적인 측면에서는 자동차 첨단 운전 보조 기능 장착 제도화와 같이 고령 운전자의 안전 주행을 유도해 주는 차량 내부 환경 형성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운전자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스마트 로그스틱 기술도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스마트 로그스틱 기술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물류 과정을 자동화하고 최적화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화물차 운전자의 부담을 줄이고,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한 화물차업계 관계자는 “사고를 줄이는 데에도 신경을 써야겠지만 무엇보다 노인 일자리를 다양화하고 이들의 생계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특히 화물차 시장이 보다 합리적인 시스템을 갖춰 젊은 층이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 상용차신문(http://www.cvinf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