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중형·대형 카고, 25.5톤 덤프 30% 넘게 하락
준대형카고 (12.7%↓)·트랙터 (6.0%↓)는 선방
중형카고는 금리·물동량 무관 사실상 소멸 수순
수입 트랙터, 안전운임제 일몰 불구 판매 증가
대형 덤프트럭 시장선 수입산 점유율 2%p 하락
1분기 준중형 이상 카고·트랙터·25.5톤 덤프 3종 실적
올해 1분기 국내 트럭 시장 실적이 집계됐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인한 부품 수급난과 해상운송 적체에도 꿋꿋이 버텼던 국내 트럭 시장이 작년 말부터 치솟은 할부금리와 지속된 경기침체로 인한 물동량 및 운임 감소에 맥을 못 추며 전년 동기 대비 최악의 하락세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의 주요 차종으로 취급되는 준중형 이상 카고트럭(특장차 포함), 트랙터, 25.5톤 덤프트럭을 집중 분석했다.
국토교통부의 상용차 등록 데이터를 가공, 본지에 독점 제공하고 있는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동안 판매(신차 신규등록 기준)된 준중형급 이상 트럭(특장차 포함 적재중량 2톤 이상 카고, 트랙터, 25.5톤 이상 덤프)은 총 5,125대로 나타났다. 이들 차종만 두고 볼 때 전년동기(6,950대) 대비 26.3% 감소했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 종식 분위기에서 장기 침체된 경제 상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국내 트럭 판매량이 이처럼 큰 폭으로 하락한 건,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상용차 고금리 할부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수출입 및 내륙 물동량의 감소도 한 몫 했다.
구체적으로 카드사, 캐피탈사 등 제2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강원 레고랜드 사태 후 지난 1월 기준 트럭 할부금리는 신차 기준 연 10% 이상을 적용했다. 개인 및 기업 신용등급과 할부 기간, 여신금융업체 종류 등에 따라 다르지만 지난해 1분기만 하더라도 트럭 대출금리가 신차 기준 연 5% 내외였음을 고려하면 두 배이상 오른 셈이다.
다행히 2월 이후에는 금리가 한자리수까지 낮아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말부터 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고금리 할부는 트럭 판매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차량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물동량도 줄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출입 건수는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3.0% 감소했다. 항만 컨테이너 물동량 역시 지난해 하반기부터 물량 감소세가 이어져, 지난 1월 기준 전년도 대비 평택 당진항 29.9%, 인천항 9.2%, 부산항 6.8% 등으로 각각 줄었다. 업계는 이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4월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여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평가, 앞으로도 물동량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렇듯 물동량이 받쳐주지 않고, 현재의 높은 할부금리 현상이 크게 반전되지 않는다면, 국내 트럭 시장의 회복세는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준중형카고(2~5톤)
현대차 전주공장 스탑 겹쳐 32.5%↓
국내 트럭 시장에서 연간 8,000~1만대 시장을 유지하며 1톤급 소형트럭 다음으로 큰 시장 규모를 자랑하는 적재중량 2~5톤급 준중형카고 시장이 올 들어 크게 위축됐다.
올 1분기 국산 및 수입산 준중형카고 판매량은 총 1,844대로 전년동기(2,730대) 대비 32.5% 감소했다. 이 같은 큰 폭 감소는 코로나로 인하여 비대면 택배 물량이 크게 늘어났던 지난해와는 달리 중단거리 물동량이 줄어든데다가 고금리 할부로 차량 구매 의욕이 크게 꺾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생산라인 재정비로 올해 초 약 2개월 간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생산 중단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로 인해 준중형시장에서 트럭 및 특장차 수요가 가장 많은 현대차 마이티의 공급 차질이 겹치면서 판매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로 인해 특장업계는 제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산 준중형카고는 1분기 총 1,761대 판매, 전년 동기(2,568대) 대비 31.4%나 감소했다.
중형카고(4.5~7톤)
준대형차급 선호에 전년비 60%↓
‘만능’ 유틸리티로 한때 큰 인기를 구가했던 5톤급 중형카고 시장이 통계 수치가 나오는 족족 역대 최악의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올 1분기 적재중량 4.5~7톤급 중형카고는 총 95대 판매됐다. 전년 동기(235대)와 비교해 59.6% 감소한 수치다. 축소될 대로 축소된 시장이 또 한 번 반토막이 났다. 사실상 시장에서 소멸 수준에 이르면서 전 차급을 통틀어 가장 높은 감소세를 기록했다.
중형카고 판매는 지난 2019년 증톤 완화를 골자로 한 화물운송 업종개편이 시행된 이후 꾸준히 감소해 왔다. 시장 붕괴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건 현대차 메가트럭의 단종이었다. 이에 따라 올 1분기 현대차 중형트럭 판매량은 ‘0’대 기록하며, 사실상 타타대우의 ‘구쎈’과 ‘노부스’가 그 맥을 잇고 있다. 현재 중대형트럭 브랜드 대부분 준대형트럭과 대형트럭 시장에 집중함에 따라 중형트럭 시장은 외면받고 있는 모양새다.
※ 상세한 통계와 그래프는 상용차매거진 113호(5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준대형카고(8~16톤, 증톤 포함)
중형 흡수했지만, 그래도 13%↓
할부금리 인상은 중대형트럭 시장 핵심 차종인 준대형카고 시장 성장세에도 제동을 걸었다.
올 1분기 적재중량 8~16톤급 준대형카고(증톤 차량 포함)는 총 1,601대 판매되며, 전년 동기(1,834대) 대비 12.7% 감소했다. 매년 두 자리의 큰 폭 성장률을 보여 왔지만, 소비자 구매력 악화는 거스를 수 없었던 것. 여기에 지속된 경기침체로 대형 물동량이 줄고, 운임도 크게 깎인 점도 판매량 감소에 주효했다.
그럼에도 전 차급에 걸쳐 가장 낮은 감소율을 보였는데, 국산 중형카고 수요를 고스란히 흡수한 국산 준대형카고가 선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 1분기 국산 준대형카고는 전년 동기(1,669대) 대비 11.9% 감소한 1,470대 판매됐다. 수입산은 이보다 많은 20.6% 감소했다.
지난 2월 발표된 정부의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에 따라 증톤 관련 규제가 더 완화되었고, 각 브랜드가 준대형 라인업을 강화함에 따라 시장 점유율 쟁탈전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카고(9.5~25톤)
대형화 선호도 불구, 32.2%↓
차급 선호 특수성을 고려, 중형카고를 제외한다면, 할부금리 인상으로 인한 판매량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차급은 대형카고 시장이다. 기본 차량가격만 2억 원을 상회하기 때문에 할부금리가 2배가량 오름에 따라 할부 기간 동안 납부해야할 월 할부금 부담이 매우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1분기 적재중량 9.5~25톤 대형카고 판매량은 총 813대로 전년 동기(1,199대) 대비 3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과 수입산 모두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국산 대형카고는 올 1분기 538대 판매됐다. 전년 동기(799대) 대비 32.7% 감소한 수치다. 수입산도 같은 기간 400대에서 275대로 31.3% 감소했다.
높은 할부금리 추세의 반전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국산은 제휴 금융사의 ‘변동금리’ 지원, 수입산 브랜드는 자사 파이낸셜 서비스 확대 등 각자 점유율 방어에 힘쓰고 있다.
트랙터
안전운임제 3년 일몰 됐지만, 인기 여전
화물운송시장의 최저임금제로 불렸던 ‘안전운임제’가 작년 말을 기점으로 3년 일몰됐다. 여기에 할부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트랙터의 적지 않은 판매량 감소가 예상됐었지만, 수입산이 국산 점유율을 대거 빼앗아오는 모양새로 1분기가 마무리됐다.
올 1분기 트랙터 판매량은 총 516대로 나타났다. 전년동기(549대) 대비 6.0% 떨어진 수치다. 전 차종, 전 차급을 걸쳐 하락폭이 가장 작다. 이런 가운데 수입산 트랙터는 되레 전 차종에서 유일하게 전년도 대비 실적이 상승했다.
구체적으로 올 1분기 수입산 트랙터는 전년 동기(347대) 대비 6.6% 증가한 370대 판매됐다. 같은 기간 국산은 202대에서 146대로 27.7% 감소했다.
코로나 여파에 중대형트럭 시장 전반이 고전할 때 나 홀로 실적 상승을 기록했었던 만큼 국내 경기 상황에 영향을 덜 받는 차종인 트랙터 시장에 2025년 말까지 3년 일몰제로 적용되고 있는 표준운임제가 또 한 번 어떤 영향을 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덤프트럭(25.5톤 이상)
건설경기 침체에 수입산도 38.3%↓
건설 경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차종은 단연 25.5톤 이상 덤프트럭. 지난 2018년 8월부터 시행된 덤프트럭 수급조절에 할부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신차를 보기 매우 어려워졌다.
올 1분기 25.5톤 이상 대형 덤프트럭(구동축 기준, 8×4)은 총 256대 판매됐다. 전년 동기(403대) 대비 32.8% 감소했다. 특히, 수입산이 강세를 보이는 덤프트럭 시장에서 수입산의 1분기 판매량(195대)이 전년 동기(316대)와 비교해 38.3%가량 떨어지면서 전체 실적을 끌어 내렸다. 이에 따라 수입산 점유율도 올 1분기(78.4%) 보다 2.2%p 떨어진 76.2%로 줄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주택 수요 위축 등으로 건설경기가 중장기적으로 회복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와 함께 대규모 건설공사가 감소함에 따라 도로용 건설기계인 덤프트럭 판매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는 건설기계 수급조절이 일단 6월 말까지는 지속되기 때문에 올 상반기 내 시장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최근의 중대형트럭의 감소세와 관련, 한 수입트럭 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그 어떤 대내외 악재와 비교해도 최근의 고금리 현상은 트럭 제조사로서 손 놓고 상황만 지켜봐야 하는 가장 안 좋은 유형의 악재”라고 말했다.
출처 : 상용차신문(http://www.cvinfo.com)